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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손에게 물려줄 도시"…속초주민, 무분별한 개발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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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시 도시계획조례 개정 추진…시의회 의견수렴 진행
속초균형발전시민협 "도시계획조례 개정은 재산권 침해"
전문가 "자연환경과 경관 등 고려해 도시계획 세워야" 조언

청초호 일대에 유독 높은 호텔 건물이 눈에 띄고, 그 양 옆으로 다른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는 모습. (사진=유선희 기자)

 

강원 속초시가 난개발 방지를 위해 추진 중인 '도시계획조례' 개정을 두고 대다수 속초주민은 한목소리로 "무분별한 개발은 반대"라고 입을 모았다.

속초시는 지난해 11월 28일 도심의 적정한 개발을 위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건축물의 높이를 25층 이하로 제한하고,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 전체면적의 비율을 나타내는 용적률도 100~200%씩 축소되는 내용이다.

지난 14일 취재진이 찾은 속초시는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조양동 일대는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고, 청초호 일대에서도 건물들이 열심히 쌓아 올려지고 있었다.

특히 청초호를 앞에 두고 조성된 건물 중 한 호텔건물은 유난히 높아 멀리서도 유독 눈에 띄었다.

동명동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속초의 역사적 자산이자 문화적 가치, 지켜야 한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무분별한 개발을 우려하고 있었다.

주민 함병호(52)씨는 "속초시는 인구가 8만도 안 되는 동네인데 인구 대비 고층 아파트들이 너무 많다"며 "일부 건설업자들이 이익을 볼 수 있겠지만, 정작 지역민들은 직접적으로 경제가 나아졌다고 체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속초시 조양동 일대에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유선희 기자)

 

교동에서 65년을 살았다는 윤태영(69)씨는 "예전에는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탁 트여 있어서 한눈에 내려다봤는데 현재는 고층 건물들로 막혀 있어 답답하다"며 "건물 층수 제한을 20층으로 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또 손대성(64. 영랑동)씨는 "개발이라고 하면 무조건 높은 건물을 지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지역에 맞게 차라리 원룸식으로 오밀조밀 건물을 세운다면 더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그 예로 '남해의 독일마을'을 들었다.

반면 일단 규제를 하면 개발에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다만 그 전제조건은 "'무분별'한 개발은 이뤄지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옥순(여.68.동명동)씨는 "너무 규제를 하다보면 투자자들이 선뜻 투자하지 않을 것 같아 걱정되는 마음은 있다"면서도 "어지럽고 정돈되지 않은 건물을 정리하고, 각 건물 간 공간도 넓히는 방법으로 도시계획이 진행된다면 후손들에게 발전된 속초시 모습을 물려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전현집(70)씨는 "일부 동네는 리어카 한대도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길이 좋지 않은데 이런 낙후된 곳은 분명 개발이 필요하다"며 "고도제한을 반대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규제 범위에 대한 의견은 조금씩 달랐지만, 주민 대다수는 모두 한 마음으로 후손에게 '어떤' 속초를 물려줄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속초균형발전시민협의회는 지난 14일 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런 가운데 속초균형발전시민협의회는 지난 14일 속초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2일 시의회 주관으로 열린 시민공청회 결과 재산권의 과도한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의견이 다수였다"며 "만약 이를 무시하고 조례개정을 강행할 경우 주민소환제까지 추진하겠다"고 선포했다.

배삼준 공동대표는 취재진과 전화통화에서 "시가 추진하는 도시계획조례 개정은 시민의 재산손실을 강요하는 불평등한 것으로 '지독한 규제'"라며 "주변 지역은 계속 도시를 팽창하고 있는데 속초시만 규제를 하는 것은 지역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남기범 교수는 "도시계획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주변 경관을 해치는 고층 건물들이 독점하면서 무분별한 개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개발을 하되 자연환경과 경관 등을 고려해 장기 지속적인 개발을 계획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당초 이달 안에 조례안을 심의하려던 속초시의회는 지난 14일에 이어 오는 19일 의원들 간 의견수렴을 더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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